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작 300만 원이었다. 불행으로 점철된 연규(홍사빈)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옥죈, 또한 인규의 삶을 앞으로 통째로 바꿔버릴 금액은.
‘화란’은 불행의 굴레에 갇힌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직의 중간 보스인 치건(송중기)은 어느 날 의붓동생을 지키려고 벌인 싸움의 합의금 300만 원이 없어 절망하는 연규와 만난다. 그는 연규에게서 묻어뒀던 자신의 일면을 발견하고, 조건 없이 300만 원을 내어준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사람의 인연이 장밋빛 ‘브로맨스’가 됐다면 좋았겠지만, 어쩐지 둘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연규의 삶은 더욱 불행해지기만 한다. 치건을 따라 조직에 들어가게 된 연규.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의붓아버지와 툭하면 자신을 괴롭히는 동네 또래들 사이에서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던 연규는 치건의 조직에서 금방 폭력에 물든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돼 있다는 화란(네덜란드)으로 떠나는 게 인생의 목표였던 연규. 또 다른 화란(재앙과 난리) 속에서 그는 발버둥치지만, 계속해서 더욱 큰 고통과 불행으로 떠밀려 갈 뿐이다. 어떤 고통은 파도와 같아서 한 번 휩쓸리면 돌아올 수 없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스크린에선 계속해서 불행으로 떠밀려가는 두 남자가 그려진다. 연규와 치건, 두 사람이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선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마치 늪에 빠진 것 같은 무력감이다.
영화에는 15세 관람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혹한 장면들이 다수 삽입돼 있다. 특히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오니 관람 시 주의가 필요하다. 영화가 끝나면 연규와 치건, 그리고 이들이 살고 있는 지옥 같은 도시 명안시가 품은 습한 절망이 몸 구석구석에 들러붙은 것 같은 눅진한 느낌마저 든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인 감독 김창훈은 장편 데뷔작인 ‘화란’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칸영화제가 왜 ‘화란’을 택했는지 납득되는 연출력이다. 다만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불행 서사에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