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연. 사진=KLPGA 제공 ‘메이저 사냥꾼’ 이다연(26)의 강심장이 세계랭킹 7위 이민지(호주)를 제압했다.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3차 연장까지 버텨내는 끈질긴 근성과 집중력이 빛난 이다연이 대회 챔피언이 됐다.
이다연은 2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4라운드를 선두 김수지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이다연은 안정적인 샷으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 호주 교포 이민지와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세 명이 동시에 연장에 돌입한 후 18번 홀(파4)에서 이뤄진 첫 연장에서는 타와타나낏이 보기를 기록하며 먼저 탈락했다.
첫 연장에서 파를 기록한 이다연과 이민지는 같은 홀에서 두 번째 연장을 치렀다. 이때 상황은 이민지에게 훨씬 유리했다. 이다연이 세 번째 샷을 홀 먼 곳으로 보내는 바람에 가까스로 보기를 기록한 반면, 이민지는 세 번째 샷을 홀 80㎝에 붙여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민지가 쉬워 보였던 퍼트를 놓치면서 이다연이 기사회생했고, 세 번째 연장에 접어들었다. 18번 홀에서 이어진 3차 연장은 핀 위치를 바꿔 진행됐다.
이번에도 세컨드 샷의 상황은 비슷했다. 이민지의 공이 홀에서 조금 더 가까운 약 2m 거리에 안착했고, 이다연은 9.2m 떨어진 먼 곳에 공을 보냈다.
그러나 과감한 이다연의 버디 퍼트가 거짓말처럼 성공했다. 공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이다연은 팔을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했다. 이민지는 기세에 눌린 듯 버디 퍼트를 실패해 이다연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다연. 사진=KLPGA 제공이민지. 사진=KLPGA 제공 이다연은 “버디가 될 수도 있고, 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뭐가 되든 이번엔 진짜로 나를 한번 믿어보자고 생각하고 쳤다”고 돌아봤다.
공동 준우승자가 된 이민지에게는 4라운드에 아쉬움이 남을 만한 장면이 많았다. 정규 라운드에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끝낸 이민지는 18번 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공이 홀 바로 옆에 멈춰 서면서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이민지는 2021년 이 대회에서도 연장까지 갔다가 송가은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문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연장 패배를 겪었다.
이다연은 이번 우승으로 통산 8승째를 올렸다. 지난 4월 KL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에서만 3승을 올린 이다연은 메이저 대회나 이번 대회처럼 상금이 큰 대회에 유독 강해 ‘메이저 사냥꾼’이란 별명이 있다. 올해 4월 우승은 부상으로 1년 반 정도의 긴 재활을 거치고 거둔 것이라 더 울림이 컸다.
이다연은 우승 확정 후 이민지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2019년 이 대회에서 3타 차 역전패를 당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우승이 더 간절했다. 부상 복귀 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2억7000만원을 받은 이다연은 시즌 상금 6억8508만6333원으로 늘려 상금랭킹 3위로 올라섰다.
이소미가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단독 4위에 올랐다. 타이틀 방어에 도전했던 김수지는 합계 6언더파 282타를 쳐 배소현과 함께 공동 5위로 마쳤다. 상금랭킹 1위 이예원은 이번 대회에서 공동 7위에 올라 2023시즌 처음으로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이예원은 상금 4500만원을 받아 시즌 총상금을 10억4454만4197원으로 늘렸다.
한편 경남 칠곡 파미힐스CC(파71)에서 열린 KPGA(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iMBANK오픈 최종일에는 허인회가 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로 우승했다. 허인회는 2021년 5월 제4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통산 5승에 성공했다.